20200401

요즘 가위에 자주 눌린다.
어렸을 때도 가위에 종종 눌렸었는데,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헛것을 본적은 없고. 몸이 맘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상황에서 오는 불쾌함과 공포감 사이의 감정을 종종 느꼈던 것 같다.

어른이 되고 나서 생각해보니 가위 눌리는 건 몸 상태, 수면의 질과 상관이 있더라.
저녁 약을 안 먹고 있는 요즘 수면의 질이 엉망인 상태이고.
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으나 컨디션도 안 좋고 면역도 많이 떨어져 있는 것 같다.

여튼 거실에서 자다가 몸이 움직이지 않아 겨우겨우 소리내어 엄마를 부른 것 같은데
아무리 불러도 깨우러오지 않는 엄말 원망하며 가까스로 깨나보니 내 방인데다
엄마를 탓할게 아니라 내가 실제로 소리를 내지 못한 것 같다.
이 상태로 애매하게 다시 자면 다시 가위 눌리기 십상인데
갑자기 일기가 쓰고 싶어져 폰을 들었다.

지금 회사에서는 두 번의 부서 이동이 있었다.
맨 처음 부서에서는 아주 긴밀히 타부서와 협업하는 일이 많았고, 바로 전 부서에서는 프로젝트 별로 협업을 하긴 했지만 형식적인 회의가 대부분이었다.
지금은 섬처럼 내부 사람들과는 거의 교류 없이 외부 파트너들과 내 할일만 하고 있다.

맨 처음 부서에서 일할 때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을 했다.
일뿐만 아니라 마음도 잘 맞는 친한 친구도 만들었고
정말 일 아니면 보지 않을 웬수 같은 사람들도 만났다.
그 중 한명은 내가 그 분의 장수를 보장할 수 있을만큼
꽤 많은 사람들에게 넋두리(라고 쓰지만 욕)를 하게 한 사람인데.
그도 휴직을 하고 나도 부서이동을 하면서 그렇게 한 일년이 지나고
우연찮게 올해 초 같은 부서 옆 팀으로 이동해 오게 되었다.
그의 복직 전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게 되었다는 걸 듣게 됐는데
안타깝고 속상하고 그렇던 차, 본인에게 직접 자초지종을 듣게 되었다.
이런저런 이유로 맘 둘데 없던 그는
그나마 같이 지지고 볶으며 일한 유대감 같은게 있었는지
힘들었던 일들을 솔직하게 털어놓더라.
그가 힘든 것과 나의 악감정은 하등 관련이 없는데
이상하게 그 얘길 들으며 그 감정들이 눈녹듯 녹아버렸다.
암튼, 그 이후론 서로 간식도 종종 챙겨줄 정도로 잘 지내고 있다.
내가 그를 얼마나 싫어했는지 아는 지인들과 전 팀원들은
새로 같은 부서에 배치된 우리가 잘 지내는 걸 신기해한다.
제발 카운터파트 바꿔달란 건의를 맨날 듣던 팀장님은
둘이 그렇게 친했어? 라고 놀리실 정도.

근데 가위에 눌려 괴로워하다가 깨고 나서 왜 지금 이런 생각이 든지 모르겠지만
내가 그 때 그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티내지 않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.
내 친구들은, 그가 눈치가 없는 건지 너가 연기를 잘 한 건지
너가 자기를 얼마나 싫어했는지 알면 이렇게 못 지낸다고들 말한다.
정말 그렇다. 알았다면 나에게 말도 안 붙이겠지.

내가 말하고 싶은 건,
사람에 대한 감정이나 판단이 잘못될 수 있다는 게 아니라,
상황과 환경이 바뀌면 달라질 수 있다는 거다.
지금 생각해도 그 때의 그 사람은 정말 싫고
다시 돌아가도 같이 일은 절대 못할 것 같다 ㅋㅋ

근데 생각보다 내 악감정이 가벼워서 금세 휘발된 건지
같이 일을 안 하니 부딪힐 부분이 없어선지
그것도 아니면 그가 처한 상황으로 인한 연민인건지 모르겠지만
지금 나에게 그는 뭐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다.

모든 게 지나가지만
사람에 대한 생각도 마음도 다 지나간다.
나쁜 감정이나 판단은 휘발될 때까지 상황이 변할 때까지
표현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 편이 좋은 것 같다.


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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